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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 영화 리뷰 ]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슬픔과 상실의 <노매드랜드>

by Eddy.M.D.A. 202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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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제시카 브루더 <노마드랜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
각본/감독/편집: 클로이 자오
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데이비드 스트라탄, 린다 메이, 게이 드포레스트 
상영: 108분
등급: 12세 이상관람가

 

* 원작자 '제시카 브루더'는 어떤 사람?

   2015 제임스 애런슨 사회정의 저널리즘 상 수상 경력을 가진 저널리스트로 하위문화와 경제의 어두운 면을 주로 다룬다. <하퍼스 매거진>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바 있으며 컬럼비아 대학 저널리즘 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다.

 

* 노매드 랜드의 뜻은?

  Nomad ( 유목민 )  + Land ( 땅 )의 합성어로 '유목민들의 땅' 정도로 해석될 듯하다.  

 

 

 

이 영화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토론토 국제 영화제 관객상을 둘 다 받은 역사상 유일한 영화이며,  여기에 더해 골든 글로브상 (드라마 부분 작품상), 크리틱스 초이 작품상, PGA 작품상, BAFTA 작품상,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까지 수많은 작품상 및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작품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는 보장되는 영화이다. 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영화에 대해 실 이벤트 없이 밋밋하게 노매드 들의 생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감독 '클로이 자오'의 시선은 대단히 섬세하고 차분하다.  우리들 대부분이 옳다고 믿는 자본주의와 사회보장 시스템의 사각지대 살아가는 노매드들의 모습을 깊이 있게 조망하며 진정 불안하고 지친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우리에게 되묻는다.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은  한때 네바다 엠파이어 시에서 석고를 캐는 광부 남편 '보'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보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뒤 ,  다니던 직장마저 문을 닫게 되어 직장도 연고도 없이 홀로 남게 된 펀은  자신의 벤 한대에 몸을 의지한 채 길 위를 떠도는 노매드가 된다.  영화는 이렇듯  모든 것을 잃은 듯 보이는 펀이 대부분의 세간을 창고에 맡기고 최소한의 살림살이 만을 벤에 옮겨 싣고 떠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영화를 보면 나도 언제 가는 저렇게 될 수도 있고, 만일 내가 그녀와 같이 노숙자 비슷한 생활을 하게 되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많이 불편하고 힘들고 외롭겠지..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처음 들었던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조금씩 바뀌게 됨을 느낀다. 나도 자발적 노매드 인생을 한번 살아볼까?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 다며 보고 싶다고...  이 영화는 정말 묘한 매력이 있다.  별다른 이벤트도 없이 다큐와 같이 밋밋하게 진행되는 내용임에도 영화에 깊이 몰입하게 끔 만든다. 마치 내가 주인공 펀처럼 노매드가 되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로 인해 현재 생활에서 느끼는 답답함,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여러 마음의 상처들에 대한 위로를 받게 된다.

 

아마도 노매드랜드의 글로벌한 인기의 비결은 바로 이러한 대중적 공감과 영화가 주는 위로 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인 그녀는 이렇듯 떠돌이 유목민 생활을 통해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을 찾아간다. 클로이 자오 감독 또한 이러한 그녀의 모습을 매우 담담하게 그려간다.   그녀가 처음 맞닥뜨린 고난과 두려움으로부터 탁 트인 대자연의 풍광과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유로운 삶이 주는 해방감까지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여 고스란히 느껴볼 수가 있다.     

 

슬픔과 상실감을 극복해 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위로해 주는...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거라 속삭여 주는 영화이다. 

 

 

 

 

아래 두 명의 배우 외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제 노매드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촬영 내내 펀이 영화배우라는 것을 몰랐으며 남편의 죽음을 위로를 해줬다고 한다.  (맥도맨드의 남편은 살아있고 현직 영화감독이다)  

 

 

자신이 폐에 있는 암이 뇌까지 전이되어 시한부 인생이라고 밝히며, 
병원에서 죽느니 자유롭게 여행을 하며 죽고 싶다.

자신도 5년 전에 아들이 자살한 이후 노매드의 삶을 택했다면서, 
길 위에서는 영원한 작별이 없으며 누구나 다시 만나게 된다.

 

 

 

 

그대를 여름날에 비유해도 될까요? 

당신은 여름보다 더 사랑스럽고 온화합니다. 

거친 바람이 사랑스러운 5월의 꽃봉오리를 흔들고

여름의 약속된 시간은 너무 짧네요

때로 천국의 눈은 뜨겁게 타오르고

때론 그 황금빛 안색이 금세 어두워집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시들기 마련이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초라해지지만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바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은 영원할 것이니 

죽음... 

조차..

죽음조차 그대를 가두지 못할 것입니다.

그대가 이 불멸의 서약 안에서 살고 

우리가 숨 쉬고 볼 수 있는 한

이 서약은 우리에게 생명을 줄 것입니다


- 펀이 길 위 청년에게 들려준 그녀의 결혼서약서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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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줄거리 (스포 유의)

 

영화가 시작되기 전, 미국 네바다 주 엠파이어(Empire) 시에 있던 US 석고(U.S. Gypsum)의 공장이 석고보드 수요 감소로 인해 2011년 폐업했고, 공장이 있던 곳은 우편 번호마저 말소되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펀(Fern)은 한때 엠파이어 시에서 남편인 보와 살고 있었다. 보는 석고를 캐는 광부였고, 펀은 US 석고의 인사과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뒤 US 석고 공장이 문을 닫으며 공장에 수입을 의존하던 엠파이어 시는 그대로 몰락해 버렸고, 결국 직장도 연고도 없이 홀로 남게 된 펀은 밴 한 대에 몸을 의지해 떠도는 노매드가 된다.

 

영화는 펀이 차에 실을만한 살림살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창고에 맡긴 뒤 밴을 타고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아직 일할 의지도 충분하고 경력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없던 펀은 한 캠핑장에 밴을 맡긴 뒤 아마존 물류 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펀은 캠핑장에서 만난 노매드 린다에게 밥 웰스의 유튜브 채널을 소개받고 그를 만날 것을 권고받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펀은 아마존 물류센터 일의 계약 기간이 끝나서 일을 그만두고 밥 웰스가 있는 남쪽으로 떠난다.

 

펀은 밥 웰스와 그의 주변에 모인 노매드들에게서 여러 가지를 배운다. 이윽고 밥과 다른 노매드들은 모두 떠나고, 펀과 다른 노매드 하나만이 남는다. 어느 날, 펀은 밴의 타이어에 펑크가 나자 옆에 있던 다른 노매드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른 노매드인 스왱키와 안면을 트게 된다. 스왱키는 자신이 폐에 있는 암이 뇌까지 전이되어 시한부 인생이라고 밝히며, 병원에서 죽느니 자유롭게 여행을 하며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스왱키는 먼저 떠나고, 펀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난다.

 

펀은 한 캠핑장에서 일자리를 얻고, 그곳에서 일을 하던 도중 데이브라는 다른 노매드를 만난다. 두 사람은 데이브가 펀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아서 소중하게 여기던 접시를 실수로 깨거나 아픈 데이브를 펀이 문병 와주는 등의 사건을 거치며 친해지고, 데이브는 펀에게 자기가 곧 일할 식당 월 드러그에서 같이 일할수 있게 도와주며 펀과 같이 일하게 된다. 어느 날, 데이브의 아들이 데이브가 일하는 식당에 찾아와 자기 아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데이브는 자기는 아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아들에게 갈지 노매드 생활을 계속할지 고민하다 결국 아들과 같이 가기로 하고, 펀은 예정대로 다른 지역의 비트 농장에서 일을 시작하기 위해 떠난다.

 

펀은 비트 농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펀의 밴이 심하게 고장 나는 일이 벌어진다. 정비소에 밴을 맡기자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더 쌀 지경으로 수리비가 많이 나왔지만, 노매드 생활을 하며 밴에 정이 든 펀은 밴을 버리지 못하고 밴 수리비를 빌리기 위해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언니 돌리의 집에 간다. 돌리는 펀에게 같이 살 것을 청하지만, 펀은 정중히 사양한다. 돌리는 펀이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며 자신에게는 그런 그녀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러나 펀이 결혼한 후 엠파이어로 이사 가고 또 보가 죽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의 가슴에 큰 구멍이 남았다 말한다. 펀은 미안함 섞인 말투로 자신의 책임이라 말하지만 다시 노매드 생활을 하러 떠나고 돌리는 돈을 건네준다.

 

펀은 떠돌다 아들의 집에 정착한 데이브의 초대를 받는다. 데이브 아들 내외는 손자를 본 상태였고, 데이브도 타고 다니던 밴을 마당에 펑크 난 채 방치하고 노매드 생활을 접은 상태였다. 데이브는 펀에게 아들 내외도 허락했으니 자신들과 함께 살자고 권하지만, 펀은 이미 편한 침대에서 자다가 문득 잠이 깨서 다시 밴에서 잠에 들 정도로 노매드 생활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다시 펀은 길을 떠나 영화 첫 장면에 나왔던 창고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펀은 창고에 남아 있던 물건마저 전부 처분한 채 다시 아마존 물류센터 일을 하고, 다시 밥 웰스와 노매드들 곁으로 간다. 그 사이에 스왱키는 자신이 원하던 데로 여행을 하다 세상을 떠났고, 밥 웰스와 펀, 그리고 다른 노매드들은 모닥불 앞에서 스왱키의 삶을 기린다.

 

펀은 밥 웰스에게 죽은 남편 보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러자 밥 웰스는 자신도 5년 전에 아들이 자살한 이후 노매드의 삶을 택했다면서, 길 위에서는 영원한 작별이 없으며 누구나 다시 만나게 된다는 말을 한 뒤 언젠가 자신도 아들과, 펀도 보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펀은 엠파이어로 돌아와서 예전에 자신이 다녔던 공장과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엠파이어 가운데에 있던 자신이 살던 집을 둘러본다. 이후 네바다의 사막과 그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밴을 비추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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